새로운 시작! 20살의 봄!
대학교 오리엔테이션에서 알게 된 두 사람은, 함께 살아갈 집을 알아보기 위해 부동산을 통해 아파트를 돌아보는 중이었습니다.
위치, 교통편, 편의시설 ... 생각보다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이 있네요.
계속되는 정보를 수집하던 찰나, 아주 운이 좋았어요 두 사람의 상황에 딱 맞는 아파트를 하나 발견합니다.
인프라나 시설이 갖춰진 최신식 아파트가 시세보다 저렴하게 나와있었어요.
부동산에 연락한 둘은 곧장 시내에 자리한 신축 아파트로 향합니다.
비밀번호를 알려주는 부동산 업자의 핸드폰에서 불이 나네요. 뭔가 수습해야 할 일이 있나 봅니다.
안내자는 없지만 .... 뭐 어떤가요. 어차피 이 쾌적한 아파트를 계약할지 말지는 우리가 결정하는 것인데.
자, 들어가볼까요?
윤바다:우와.. (놀라움과 신기함을 드러내면서 안으로 들어가요.)
유설하:헤헤~ 우리 완전 운 좋았지! (바다를 쫄쫄 따라 들어간다.)
안으로 들어오니 깔끔한 아파트 내부가 펼쳐져 있었습니다.
보안시설도 잘 되어 있고, 택배 수거함도 놓아져 있네요.
들어오는 길에 언뜻 주창장이 있는 것도 확인했습니다. 자차가 있는 경우 훨씬 편리하게 이용이 가능할 것 같아요.
유설하:(느리게 걸음을 내딛으며 주변 둘러본다.) 오~..여기 꽤 좋을 것 같지 않아 바다야?
윤바다:(고개를 끄덕입니다.) 맞아! 어떻게 이런 곳이.. 이런 가격에 있는거지..
유설하:적당히 넓은 곳이면 좋겠다! 분명 우리 둘 다 과제에 치여서 어느 한 쪽 잠 못 자는 날이 있을테니까~ (벌써부터 과제 생각하는 신입생.. 웃으며 네 팔을 툭 친다.)
윤바다:(그 말에는 웃어넘깁니다.) 하하, 뭐 어때! 열심히 하다보면 어떻게든 되겠지~
(전혀 과제에 대한 신경을 쓰지 않는군요. 미래가 훤히 보입니다.)
유설하:(키득이며 웃고는 엘리베이터가 열리자 안으로 들어갔다.) 12층이라고 했지~ (그리 말하며 네가 들어오기를 기다려)
윤바다:응응! 가자. (엘레베이터 안으로 들어가요. 얼굴에는 기대감이 가득해요. 집안은 어떻게 생겼을까 하는 생각인가봐요.)
두 사람은 12층으로 향하는 버튼을 누릅니다.
두근두근. 설렘을 멈출수가 없네요.
...헌데.
쿵.
미약한 소리와 함께 위로 올라가야 할 엘레베이터가 천천히 내려가기 시작합니다.
전광판에는 기괴한 문자마저 떠오르고 있네요.
뭐 ... 뭐지?
윤바다:으왓! (잠시 몸을 휘청거려요.)
그러게.. 뭐지? (엘레베이터 버튼을 아무거나 눌러봐요.)
바다가 이것저것 열심히 눌러보았지만 엘리베이터는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갑자기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한 엘레베이터는 어느 순간 움직임을 멈추었습니다.
그리고 곧 쇳소리를 내며 문이 열립니다.
..여긴, 지하주차장이네요.
지하주차장은 상당히 넓지만, 불빛이 하나도 존재하지 않아 무척 어둡습니다.
그냥 어둡다는 정도가 아닙니다. 엘리베이터를 기준으로 하여 몇 발자국 이상의 앞은 보이지도 않을 정도입니다.
그런 당신들 앞, 엘레베이터가 열리자마자 보이는 바닥에 한 서류가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K아파트 수칙
..이건 뭘까요?
윤바다:(쭈그려 앉아서 종이를 쳐다보고 있습니다.) 이게 뭐지..? 이것봐. 여기 종이 하나가 있는데?
바다는 서류를 바라봅니다.
안내수칙..?
유설하:안내수칙? 뭐야 이게 .. (손을 뻗어 종이를 이리저리 넘겨보고 있다.)
윤바다:그것보다.. 우리 여기 엘레베이터 고장났다고 문의를 드려야..
유설하:그러니까. 깜짝 놀랐잖아. 크게 다칠뻔 하기도 했고...
윤바다:(하다가 20이라는 말에 또다시 놀랩니다.) 와아.. 여기 20층까지 있어?
고장에 대해 문의를 드리는게 좋을까요. 그 순간, 지하 주차장 내에 선명한 붉은 빛이 흘러나옵니다.
유설하:그러게. 제법 고층인가 보.. ...아니 또 뭐지?
윤바다:어..? 저건 뭐지? (하고 그쪽을 쳐다봐요.)
유설하:(붉은 빛을 빤히 바라보다 순간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아랫 입술을 달달 떨아가 바다를 돌아보고는 잠시 울먹인다.) ..바, 바다야 ...
윤바다:응? (눈만 크게 뜬채 쳐다봐요.)
유설하:(어쩌지? 어쩌지? 눈을 힘겹게 굴리다가 너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손. ...잡아줄래 ....? 네가 봐야할 것이 있을 것 같아.
갑자기? (바다는 자연스럽게 손을 잡아요. 조금의 당황함은 있지만, 손 잡는걸 어색하는 아이는 아니에요.)
두 사람이 손을 잡자 갑자기 지하 주차장의 풍경이 변합니다.
당신의 눈에 새카만 액체에 푹 젖은 채 새빨간 안내봉을 늘어트리며 걸어다니는 경비원이 보입니다.
어둠이 물러나면서 자동차 대신 인간이 들어갈 법한 철창이나 금속 상자들이 진열되어있네요.
지하 주차장의 저 멀리에는 3, 4동의 엘리베이터가 열려 있습니다.
윤바다:..?
유설하:어쩌면 좋아. ..어쩌면 좋지. ...미안, 미안해 ..
윤바다:(손 잡은 반대 손으로 눈을 비벼요.) 뭐지?
유설하:아무래도 여기 ... 이계의 틈인 것만 같아. 바다야, 들어본 적 ..있어? (뭐라 설명하면 좋을지 몰라 그저 떨리는 목소리만 흘러나온다.) 저거 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위험할 거야.
윤바다:..? 이계? 그, 그런 건 막 티비에서 나오는 뭐 그런거 아닌가? (목소리에서부터 조금 긴장되었다는 것이 티가 나요. 다행히 울지는 않아요.)
유설하:사람의 감정을 흉내내서 만들어지는 현실의 틈. ..정확히 설명하기는 어려운데! 아마 나 때문에 너까지 여기 끌려온 것 같아, 우리 빠져나가야 해! (울지 않는 바다를 보고는 조금 안정을 되찾은 것인지 입술을 꾹 깨문다.)
어디로 가야되는데..? (뭔가 알고 있는 듯한 설하의 반응에 바다는 그녀를 의지하기로 합니다. 당황함도 묻어나지만, 언젠가는 설명해주겠죠?)
유설하:어디로. ..이계에는 언제나 출구가 존재한다고 했어. 그곳을 찾아 나가야. ...아! 그 이용 뭐시기! 서류! (제 손에 들린 서류를 팔락이며 넘기다 경비원을 묘사한 부분을 손으로 가리켰다.) ..이대로 해볼까?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우리는 어쩌면 ..공포영화 속의 주인공 같은게 된 것 같아! (나름의 설명!) .. ..호러영화 좋아해?
윤바다:이, 이대로..? (아까 잠시 봤던 종이를 다시금 떠올립니다.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래도 얼핏은 기억을 하고 있어요.)
.... 주인공은 너무 부담스러운데.. (8ㅁ8 울고 있지 않지만, 그래도 역시나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아이의 얼굴은 아닌듯합니다.)
유설하:이 세계가 바라는 건 나야, 날 ..음. 먹이로 생각하는? (턱에 손까지 올리고 제법 열심히 설명중인 듯) ..난 혼자 여기서 나갈 수 없고, 네 도움을 받아야만 해. ..우리 같이 지내기로 한 지 얼마 지나지는 않았지만, 내가 너에게 함께 탈출해달라 부탁해도 될까. (끌어온 것에 대한 미안함에 슬쩍 눈치를 본다.)
윤바다:(아직도 당황함은 계속되는 듯해보여요. 하지만 그래도 처음으로 사귄 친구인데요!) 응.. 근데 내가 뭘 할 수 있지..? 그냥 저기로 가면 되는건가 8ㅁ8
유설하:고마워..! (갑자기 와락! 안고는) 여기보면, 순찰하는 경비원이 있다면 소리를 죽이고 자세를 낮춘 채로 3, 4동 건물의 엘리베이터에 탑승해 즉시 문을 닫으십시오. ... 라 되어있으니까. 살금살금 조용히 저쪽 (바깥을 흘낏 보고) 엘리베이터까지 가면 될 것 같아.
윤바다:(안긴 것은 그닥 놀랍지 않아요. 그저 지금 빨리 집에 가고 싶을 뿐이에요.) 응.. 그러자. 잘 갈 수 있을거야..!
유설하:좋아. (긴장한 표정. 숨을 탁 멈추고는 그대로 네 손을 꾹 잡았다.) 준비되었으면, 가자! (그리고 마른침을 한 번 삼킨 채 엘리베이터 밖으로 걸음을 내딛었다. 자세를 팍 낮춘채로.)
우리는 경비원을 피해 앞쪽의 3,4동 엘레베이터로 향하기로 합니다.
경비원은 작은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듯 고개를 이리저리 돌립니다.
소리를 내지 않고 조심스럽게 향해야 할 것 같아요.
타박…
평소라면 들리지도 않을 작은 발소리에도 경비원은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정확히 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고개를 돌립니다.
유설하:이런, 씨, 달려 바다야!!
윤바다:으와..! (달리기를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나름 열심히 달리고 있어요.)
우리는몰래 다니기를 포기하고 3, 4동 엘리베이터를 향해 달리기 시작합니다!
경비원은 붉은 안내봉을 들고는 우리들을 향해 뛰어오네요!
이런, 가까워진 탓에 설하가 안내봉에 어깨를 강타당합니다.
유설하:윽..
(조금 놀라 뒤를 돌아봐요.) 괜찮아..?
유설하:응, 괜찮아..!
그대로 붙잡힐 뻔 하였으나 .. 바다가 끝까지 손을 놓지 않고 함께 달려준 덕분에 안전하게 엘레베이터에 탑승합니다.
...맞은 곳이 욱씬거리며 아프네요.
도중에 소리를 내버려 아찔해지기는 했지만, 우리는 무사히 3,4동의 엘리베이터에 탑승했습니다.
경비원은 불빛이 있는 엘리베이터 안으로는 들어오지 못하는 것인지 멀리서 배회하기만 합니다.
유설하:(제 어깨를 조심스레 만지작거렸다. 아픔에 절로 인상이 지푸려지지만 ..살아남았으니 되었다.) 하 ... 어찌저찌 들어왔네... 진짜 무서웠다.
윤바다:(걱정된 표정으로 설하를 쳐다봐요.) 진짜.. 괜찮은 거 맞지..?
유설하:으응. 괜찮아. ...좀. ...기괴해졌지만. (왜 하필 붉은색이지. 엄청 튀네 생각하며 손에 들고있던 안내수칙을 너에게 넘겼다.)
그나마 이게 우리의 안내자가 되어줄 수 있을 것 같아.
괜찮으면 다행이긴 하지만.. 그래도.
(일단 받은 종이를 다시금 살펴봐요. 이대로 진행이 되는거라면, 그 다음은..) 하아, 혹시 여기에 적힌 걸 다하는걸까..?
유설하:어쩌면 그럴 수도 있고, 잘 하면 피해갈 수도 있지 않을까? ...문장이 장난처럼 되어 있는 것 같아서 읽기가 힘들어. ...음. (손 한 번 더 꾹 잡고는) 여기 5번 항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윤바다:으음... 이게 정말이라면, 우리는 이것을 따라해야해. 하지만.. 404호 어디로 가야하는거지?
유설하:404호면. ..어 ..(애매한 표정으로 히죽) 4층 ...? 왜 하필 4야~..!
윤바다:그르게 말이야.. 그리고 여긴 404호가 없다잖아...
유설하:하지만 지금 ... (안내판 흘끗) 4층 버튼이 있기는 한데. 누, 눌러볼까? 진짜 가나?
설마 우리를 이대로 지옥행 보내버리겠어..?
윤바다:으.. 4는 불안한 숫자지만, 일단 하나씩 가봐야겠지?
유설하:좋아. ...같이 누르자! (두근두근 분명 이건 공포일 것이다.)
윤바다:응..! (4층을 따라서 눌러요. 아마 같이 잡은 손으로 눌렀을 거에요.)
기괴한 이계. 우리는 돌아갈 수 있다는 매뉴얼의 말에 따라 존재하지 않는다는 404호로 향하기로 합니다. 4층의 버튼이 눌렸습니다.
띵…… 음산한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는 4층에 멈췄습니다.
분명 4층 버튼을 눌러 왔는데 안내판에는 Є라는 문구만 떠올라 있습니다.
대체 우리가 뭘 누른 거죠. 이상한 생각이 들어 버튼을 다시 보면 ..
4층 버튼은 존재하지 않네요.
방금까지만해도 있었는데 존재하지 않는다니 어떻게 되먹은 엘리베이터일까요?
엘리베이터 바깥은 지하 주차장처럼 새카맣지만, 간헐적으로 전등이 깜빡거립니다.
을씨년스럽지만 내리지 않으면 나아갈 수 없습니다.
윤바다:뭐지..? 아깐 분명 있었는데 말이야..
유설하:그러게. 이제는 상식을 논하는게 좀 우습기는 하지만. ...으으. 좋아, 내려볼까?
윤바다:응.. 내려야지! (엘레베이터에서 내려요. 이상한 엘레베이터를 다시금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어두운 복도 끝에 있을 계단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타박타박, 고요하고 어두운 복도에 두 사람의 발소리가 울립니다.
타박, 터벅
...따각.
어째서인지 발소리는 세 개가 들리는 것 같은데 ...
우리의 착각일까요?
유설하:(꿀꺽)
윤바다:.. 역시 여긴 너무 무섭다
순간 전등이 깜빡거리며 기묘한 그림자가 두 사람의 발밑에…드리워지네요.
바다와 설하, 무언가 떠오르는 것이 없나요?
윤바다:으와.. 깜짝아 (설하의 팔을 꼭 잡고 걸어가고 있습니다.)
바다가 설하의 팔을 꼭 잡으면
전등이 깜빡거릴 때마다 살아있는 것처럼 기묘하게 구불거리는 벽이 보입니다.
벽 곳곳에 검은 페인트로 look up이라 적혀있습니다.
그리고 전등이 깜빡거릴 때마다...
두 사람의 발밑에 기괴하게 꺾인 사람 그림자가 보입니다.
유설하:으, 아아. ..보, 보, 보지말자. 보지말자. 뭐든 보지말자..!!
윤바다:(또다시 눈은 커집니다. 저게 무엇이냐.. 하는 표정이에요. 눈을 질끈 감지만, 걸어야한다는 생각에 다시금 눈을 떠요.)
유설하:겹쳐지는 발자국이 어쩌고 하는 걸 보면 여긴 5층인걸까...? 나 저 위에 뭐가 있는지 너무, 너무 궁금해.
윤바다:응..?
근데 보지 말라고 하지 않았어..?
유설하:응. ...그랬지 ...
과연 우리는 충동과 호기심을 이기고 보지 않은 채 나아갈 수 있을까요?
당장이라도 고개를 들고 싶은 충동이 나는 설하와 함께, 바다 또한 충동을 억누르며 곧 복도 끝 계단에 도착했습니다.
문을 열고 계단에 들어서자 겹쳐지던 발소리는 홀로 따각, 따각 멀어집니다.
유설하:.. ..하아. 여기 계단이었구나 .. 너무 어두워서 아리송했. ..나 긴장 풀렸어 ..(갑자기 슬그머니 주저앉아버린다.)
흐아.. 그러게 말이야. 나도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어 8ㅁ8 (아직도 설하의 팔을 잡고 있어요. 지금은 어딘가 잡고 있을 게 필요해요.)
윤바다:(설하가 주저앉았으니 바다 또한 주저앉아요.)
유설하:괜찮아...? 역시 내가 너무 무리시키고 있지 .. 네가 나 싫어하면 어쩌지 ... 나 너랑 좋은 친구 되고 싶어서 진짜 힘내고 있었는데 ..
윤바다:음..? 나는 너랑 친구가 되어서 좋아!
유설하:..? 정말?
내가, 내가 이런 곳에 끌고 와버렸는데도?
윤바다:일부러 끌고 온건 아닐 거 아니야..! 너도 뭔가 사정이 있겠지..
유설하:그건 그렇지만. ...으, 고마워 바다야~ (또 벅차오른 탓인지 너를 한 번 껴안고는 다시 의지를 다잡았다.) 좋아! 내가 적어도 너는 꼭 탈출시키고 만다! (벌떡 일어나며) 이왕 계단까지 온 거 이대로 한 층 내려가볼래? 그럼 아마~ 정상적으로라면 4층이 될 것 같으니까!
윤바다:응! 계단은 괜찮겠지..!
으슥한 계단 아래쪽을 바라보면, 계단의 전등은 깜빡거리진 않지만 그 불빛이 희미하여, 간신히 사물의 실루엣만 구분할 수 있는 상태였습니다.
두 사람은 이번에야말로 존재하지 않는 404호를 향해 손을 마주 잡고 천천히 계단을 내려가보기로 합니다.
유설하:넘어질 것 같으면 내가 잡아줄게~ (천천히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윤바다:응..! (이번에도 설하의 팔을 붙잡고 내려가요. 역시 혼자가 아니라서 다행이다라는 생각만이 가득해요.)
으슥한 계단을 따라 두 사람은 4층 복도에 진입합니다.
5층과 달리 환하게 밝혀진 복도 끝에는 어째서인지 4층에 엘리베이터가 서 있습니다.
존재하지 않는 4층 버튼, 존재하는 엘리베이터 ....
두 사람은 전등을 따라 두 개의 문을 지나칩니다.
403호 그리고...
405호?
어째서인지 404호가 보이지 않는다고 고개를 돌리면, 방금 지나친 자리에 404호라 적힌 문이 존재함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기묘한 일이지만 이곳은 이계,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갑니다.
..진짜 왔네, 404호.
윤바다:음? 404호가 있어..
유설하:404호에 관한 글이 뭐가 있던 것 같은데 잠시 확인해볼까나 .. (서류를 다시 뒤적거려보았다.)
윤바다:(다시금 종이를 쳐다봐요. 위에는 있다고 하고, 아래는 없다고 하고.. 도대체 이게 뭐지.. 하는 생각에 머리가 혼란스러워해요.)
유설하:친절한 사람을 좋아하며 아닌 사람은 비린내가 나서 싫어 . ...비린내? (갸웃)
윤바다:비린내가 뭘까.. (갸웃하는 표정이에요.)
유설하:흐음 도무지 모르겠어. ..문 두드려봐도 되는 거겠지?
사실 뭐 돌아가려면 방법이 없긴 하지만 ...
윤바다:이.. 일단은 해봐야겠지..
유설하:조, 좋아..! 그럼 셋 하고 내가 두드릴게..! 준비되었지 바다야? (어디 연극에라도 나가는 듯 결연한 목소리가 어딘가 삐걱거리게 느껴진다.)
윤바다:응..! (눈을 또다시 크게 뜨면서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여요.)
유설하:(주먹을 슬쩍 말아쥐고는 404호 앞에 선다.) 3..
2...
두 사람이 긴장하며 404호의 문고리를 잡으려는 순간,
갑작스레 안쪽에서 한 여자가 문을 열어젖히며 등장합니다.
2미터가 넘는 키를 지닌 흰 원피스 차림의 여자. ....일단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는 건 바로 알겠네요.
유설하:(허공에 멈춘 손 ... 빙빙 돌아가는 눈..)
윤바다:(침을 꼴깍 하고 삼켜요. 애써 덜덜 떨려오는 손을 붙잡아요.) 그, 그러니까..
유설하:(바다야 힘내..!! 하고 눈으로 응원하기..!)
그.. 저, 저희가 1층에 가려고 하는데.. 하려면 이쪽으로 오라고 해서.. (음 목소리에서부터 드러나는 저 떨림을 어떡하면 좋을까요.)
그녀는 팔랑팔랑, 1층으로 돌아갈 수 있는 매뉴얼을 흔들며 말합니다.
(미쳤나봐..! 손을 잡은 채 제 쪽으로 조금 당겨, 바다를 뒤로 오게 했다.)
윤바다:무, 물물교환이요? (당황했지만, 설하에 의해서 뒤로 당겨졌습니다.)
유설하:(괜히 맞잡은 바다의 손가락을 천천히 쓸었다. 그리고 슬쩍 옆을 돌아 네 귓가에 조그맣게 속삭인다.) 미쳤나봐 ..진짜 미쳤어. 안 그래?
윤바다:그,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저건 필요하잖아..
유설하:바다야..! 진짜 줄 생각인 건 아니지? (식겁하는 표정. 목소리는 당연히 낮춘 채였다.)
그럼 어떡해.. (울먹이는 목소리가 함께 들려있습니다. 아무리봐도 줄 생각인가봐요.)
유설하:(이 친구 어쩌지...내가 대학가게 되면 꼭 챙겨줘야지.. 어떤 놈이 옆에 붙을지 모르니 지켜줘야지..갑자기 의지를 다잡고) 저거 ..들고 튈래?
윤바다:응..?
하지만.. 그러면 혼날지도 몰라. 여기에 친절하지 않다고 싫어하면 어떡해..
유설하:그래도 형체는 있는 것 같은데. 한 명이 발로 무릎을 빡! 차고 남은 한 명이 손에서 낚아챈 다음 ....저어기 엘리베이터로 튀는거야.
유설하:하지만 손가락 주고 혼나지 않을바에야 그냥 혼날래!
그러다가 또 네가 다치면 어떡해..
유설하:난 괜찮아! 네가 옆에 있잖아. 나만 그러는 거면 몰라도, 그냥 휘말린게 전부인 네가 손가락을 잃게 할 수는 없어.
윤바다:하지만.. 난 내 친구잖아.. 친구가 다치면 너무 슬프단 말이야. 근데 정말로.. 다치면 안돼, 알았지? (8ㅁ8)
유설하:(생긋 웃는다. 밖에서 마주했을 때처럼 아주 환하게!) 그럼~! 걱정하지 마. 둘다 다치지 않고 나갈 수 있을거야. ...발로 차는 건 어느쪽이 할까?
윤바다:음.. 아까 어깨를 다쳤으니까 내가 종이를 가져가볼게! (아까 다친 게 역시 아직도 신경이 쓰이나봐요. 잘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은 보이지 않지만, 지금은 용기를 내보려고 하는듯해요.)
유설하:좋아! ...네가 같이 와주어서, 너무 무섭지만. 그래도 다행이야.
두 사람은 시선을 교환하고 팔랑거리는 매뉴얼을 낚아채 엘리베이터까지 뛰기로 했습니다.
설하는 냅다 발로 여자의 무릎을 차버립니다!
유설하:(빠악!!!)
윤바다:(역시나 당찬 설하입니다. 무릎을 차면, 바다가 종이를 덥석하고 뺏습니다. 혼날까봐 두려웠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졌어요.)
우리는 무사히 임무를 마쳤을지..?
윤바다:
윤바다
효과 대상 / 바인더
현재 수치 / 2
프래그먼트를 2개 차감하여 판정에 +4
윤바다:[노력파 / 내 친구 '유설하'] 를 사용하겠습니다.
(언제나 열심히 하지만, 덜렁대는 성격에 실수를 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또 열심히 노력해서 만회합니다. 이번에도 잡아야할 종이를 실수로 미끌해 놓쳤습니다. 하지만 다시 노력해서 잡습니다. 지금은 그때와 다르게 혼자가 아니라 둘입니다. 내 옆에는 소중한 내 친구 유설하가 있습니다. 그녀를를 곤란하게 만들 수 없어요. 난.. 다시금 돌아가서 같이 추억을 남겨야한다구요!)
방심하고 있던 탓일까요? 404호의 여자는 순간 무릎이 푹 꺾이고, 바다는 생각보다 쉽게 매뉴얼을 손에서 낚아 챌 수 있었습니다.
엘리베이터까지 50미터, 좋아요, 전속력으로 내달려봅시다!
유설하:바다야! 잘했어, 나이스!! 달리자! (냅다 엘리베이터를 향해 달린다!)
윤바다:으와.. 그래 좋아. 일단은 가보자..! (지금 내가 뭘했는지도 모를 정도의 이 긴박함입니다. 내 손에 들린 이 종이와 설하의 손을 붙잡은 채 달립니다.)
두 사람은 빠르게 내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고함이 들린 순간, 설하가 갑자기 복도에 크게 넘어지고 맙니다!
이상한 느낌에 다리를 확인해보니 새카만 머리카락이 올가미처럼 엉켜있었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 404호 주인의 머리카락.
그 순간, 그녀의 목소리가 귓가에 나지막하게 울립니다.
짧은 속삭임과 함께 404호 주민은 설하는 깨물기 시작합니다!
유설하:악...!
윤바다:으와.. 괘, 괜찮은거야? (뒤를 돌아봐요.)
바다는 뒤를 돌아봅니다. 여전히 머리카락은 그녀의 다리를 칭칭 감고 있고, 여자는 설하는 물고 있는 채입니다.
어찌할까요?
윤바다:(일단 자리에서 멈추고 설하를 빼내려고 해봅니다.) 우린 가야해요..!
여자는 이제 바다까지 노려봅니다. 바닥을 손을 긁고 있네요.
유설하:으, 저리 ...가! (발로 여자의 얼굴을 퍽 차버린다.) 바다야 나 조금만 더 당겨줘..!
윤바다:우, 우린 여기 주민도 아니고..! 얼른 가야한단 말이에요. (있는 힘껏 잡아당깁니다. 열심히, 또 열심히 말이에요.)
바다의 도움으로 설하가 힘겹게 빠져나오는데 성공합니다! 그대로 두 사람은 간신히 엘리베이터에 몸을 던질 수 있었습니다.
유설하:변이 : 아물지 않는 상처 (신체 일부에 아물지 않는 선명한 치아 모양의 상처가 생긴다.)
유설하:(엘리베이터 안까지 들어오자 호흡을 거칠게 내뱉었다.) 문, 문 닫아야 해..! 버튼 버튼!
윤바다:(설하의 다리에 보이는 상처를 눈치채진 못했습니다. 지금은 빨리 문을 닫으려고 버튼을 누를 뿐이에요.)
으와..
곧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 시작합니다. ..밖에 그녀가 있을까요?
그 순간
쾅!
굉음과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안쪽으로 조금 찌그러집니다.
그 틈으로 고개를 들이민 그녀가 보였지만, 이내 혀를 차며 사라져버렸습니다.
아마 저들은 엘리베이터를 망가트릴 수는 있어도, 직접적으로 안으로 들어올 수는 없는 모양이에요.
자 이제, 빼앗은 매뉴얼을 한 번 살펴볼까요?
유설하:아 죽겠네 .. ..진짜 죽겠다. .... 그래도 빼앗아서 다행이야. 잘못했으면 저것한테 손가락을 줄 뻔 했어..
윤바다:후하.. 그런가.. (머쓱하는 웃음을 짓다가 이내 다시금 손에든 종이를 다시 떠올려요.)
맞다, 이거 보자..!
문이 찌그러진 엘리베이터 안에서 두 사람은 어깨를 맞대고 매뉴얼을 살펴봅니다.
한 장짜리 매뉴얼은 손으로 쓴 듯, 글씨가 조금은 들쭉날쭉하게 되어 있었습니다.
이게 뭔 소리지.. 설마 또 누가 막으러 온다는거야..? (8ㅁ8
유설하:모르겠어 .. 그래도 우리가 지금 4층이니까. 2, 6, 10, 5를 순서대로 눌렀다가.. 마지막에 1층을 누르면 되는 것 같은데.
그럼 10층으로 이동하고, 그 때 6~8 중 아무거나 누른다..! 는 뭐 이리 복잡해??
윤바다:으.. 그러게 말이야. 어쨋든 아무거나 누르면 된다고 하니까.. 일단은 해봐야겠지? 으아.. 너무 긴장되는데.
유설하:뭐 .. 아마 여기는 안전한 것 같으니까 천천히 해 보자..!
내가 옆에서 숫자 불러줄테니까, 네가 눌러볼래?
윤바다:응!
(버튼 누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 방법대로 하면 현실로 돌아갈 수 있는 모양이에요.
두 사람은 침착하게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려고 했습니다.
유설하:좋아 먼저 2. .....
그러나..
쿠웅!
그 순간 묵직한 충격이 엘리베이터를 뒤흔듭니다.
윤바다:(2층 누르려다가) 으와.. 깜짝아.
반사적으로 충격의 근원지인 머리 위를 바라보면 엘리베이터 천장의 틈으로 검은 머리카락이 흘러내리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Escape가 검붉은 붉은 페인트로 적힌 엘리베이터 내부.
검은 머리카락은 살아있는 뱀처럼 두 사람을 덮칩니다!
유설하:....?? 바, 바다야 버, 버튼!! 2층 먼저야 !!
윤바다:으아.. 저게 뭐야.
(일단 2층 버튼을 누르려고 해요.)
우리는 머리카락을 피해 엘리베이터 버튼을 순서대로 눌러야합니다.
할 수 있어요 바다!
윤바다
효과 대상 / 바인더
현재 수치 / 3
프래그먼트를 1개 차감하여 판정에 +2
[등에 난 흉터(후회)] 를 사용하겠습니다.
(그때도 덜렁대는 성격으로 일어난 사고였습니다. 지금도 위험한 상황이지만, 그때와는 다르게 해결해낼 수 있습니다. 지금은 혼자가 아니니까.. 머리카락 쯤이야 그냥 치워버리면 되요!)
윤바다
효과 대상 / 시프터
현재 수치 / 5
프래그먼트를 2개 차감하여 판정에 +4
[내 친구 '유설하' / 밝은 성격] 를 사용하겠습니다.
(유설하는 내 친구에요! 대학에서 사귄 내 첫 친구라고요. 그런데.. 여기서 다치게 할순 없어요. 어떻게든 그녀를 도와줘야겠어요! 자취도 하기로 한 사이인데..! 이 머리카락 쯤은 그냥 옆으로 치우면 되죠! 당황하는 설하를 밝은 웃음으로 다독입니다. 이 상황에 웃는 것도 그렇지만.. 하지만! 웃으면 복이 온다고 했잖아요! 우리에게도 기적이..!(?))
좁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힘겹게 머리카락을 피해가며 버튼을 누르는 것에 성공합니다.
2, 6, 10, 5 ...10에 이어서, 마지막 6~8사이의 숫자.
바다, 어느 숫자를 누를까요?
윤바다:(혼란스러움에 아무 숫자나 누르자 하다가 7을 누릅니다. 7은 행운의 숫자이자 바다가 좋아하는 숫자여서 그런지, 손이 간 듯합니다.)
좋아요, 행운의 7! 마지막 버튼을 누르자 엘리베이터 전광판에 1층이 표시됩니다.
....
엘리베이터가 움직이는 시간이 얼마나 길게 느껴지던가요.
꾸물거리는 검은 머리카락이 살아 숨쉬는 듯 움직이는 걸 막아내던 찰나에
드디어 찌그러진 엘리베이터가 열렸습니다.
그 문틈으로 새하얀 빛이 들이닥치자 천장의 머리카락이 순식간에 사라집니다.
그 빛과 함께 모든 것이 사라졌습니다.
이제는 찌그러지지 않고 곧게 펴져있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립니다.
띵, 경쾌한 소리와 함께 따사로운 햇빛이 은은하게 감돌고,
우리는 이계로부터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윤바다:으아.. (바다는 다리에 긴장이 풀려 주저앉습니다.)
유설하:... 하아 .. ...으아..!! (갑자기 끌어안고 방방 뛴다)
윤바다:다행이다아.. (참아왔던 울음을 이제서야 터트립니다. 설하를 꼬옥 하고 껴안습니다.)
유설하:왜 울어 .. 왜, 아니야 울만했다. ....고마워, 미안해 바다야. 그런데 진짜 고마워..
유설하:(그제야 천천히 제 몸을 살폈다. 아팠던 다리, 어깨. 통증도 사라지고 상처도 없다.) ...어, 다 나아버렸네. 신기해라.
윤바다:으아.. 나는 못 돌아가는 줄 알고.. (울먹이는 목소리입니다. 그러다가 설하가 아프지 않다는 말에 좋아라하고 있습니다.)
유설하:집 구하러 왔다가 이게 뭐야 정말. ...헤헤.. 그래도 고마워. 너 덕분에 무사히 나올 수 있었어. 당분간 으음~..악몽을 꿀지도 모르겠지만, 어차피 둘이 살 건데! ..괜찮겠지? (이제야 밝아진 표정으로 돌아온 현실을 눈에 담는다.)
윤바다:.. 모르겠다아. 그건 진짜 그냥 꿈이겠지? 피곤했던 걸꺼야 ㅠㅡㅠ
유설하:..음, 꿈이라고 생각해도 좋아. 대체 이 아파트에 무슨 사연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이계라니.... 차라리 꿈으로 생각해버리는 게 나을지도! (읏차.) 이제 나가자 바다야. 밖에는 무서운 귀신도, 이상한 소리도 없을거야. (안에서 그리했듯 당신에게 손을 뻗었다.)
윤바다:(아까도 그랬듯이 바다는 설하의 손을 잡습니다. 잘부탁한다는 뜻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응!
두 사람은 그렇게 엘리베이터를 나와 K아파트 입구로 돌아갑니다.
중개인이 집은 마음에 드냐고 물어오지만,
… 글쎄요.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해도 되는 이야기인지 확실한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두 사람이 찾던 집에는 딱 적합했지만, 어쩔 수 없이 새로이 매물을 찾아봐야겠지요.
우선 소중한 일상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에 축복을.
살아 돌아온 것을 축하합니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