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와 우리 사이에 놓인 벽. 친애하는 구적仇敵은 그것이 섭리라고 하였다. 우리의 존재만으로도 세계는 허물어진다는. 운명과 우리 사이에 놓인 함정. 고귀한 쌍둥이는 고향을 덫에서 풀어주려고 하였다. 군림도 후회도 않는 그들의 경애敬愛만으로. 그러니 섬광은 마법사이고자 하여, 경애와 재생을 위한 마법사이고자 하여, 섭리를 부정하길 원하는 마법사이고자 하여,
우리가 잊힐 일이 언제인들 없었겠느냐. 날개 없이 하늘을 날고 부레 없이 물에 뜨고 그늘에서도 웃고 옹이 없어도 굳세고 진공 속에서도 노래하는 우리, 별난 것이. 섬광을 자처하는 마법사들아. 별난 것을 별난 채로 둘 수 있느냐. 이만큼 어리석은 물음이 달리 없는 줄 너희가 대답을 양손에 들고 저울질할 줄 알고도 기대를 거는 까닭은, 분명 너희가 빛나기 때문이겠지.
악기 제작 및 복원으로 이름 높은 이탈리아의 도시 크레모나. 모든 것이 정지한 그곳에서, 유일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은 한 명의 바이올린 장인.
빛을 잃은 내가 요람을 찾네. 이제 어디에도 없는 줄 알았던 것을 찾으러. 발치에 흩어진, 부서진 초점구. 돌이켜 생각하면 거기 묻은 피만이 옳았지. 운명은 요람의 기억을 전부 훔쳐가려고 한다. 이제 힘껏 운들 누구에게도 닿질 않는다. 예감의 자리에서 폭풍을 손에 드네. 이곳의 섬광이 내릴 대답을 듣기 위해.
어느 바닷가 마을에 나타난다는 '인어'의 소문. 〈서적경〉의 소행일지도 모르니, 그 소문을 조사하기 위해 PC들의 분과회가 파견됩니다. 닿지 못하고 바위에 부서지면서도 끊임없이 밀려오는……
우리는 섬광, 아덴의 숲에서 시작된 찰나의 빛. 그 존재로 세 가지 질문에 답을 내리리라.